김성희

kim seongHee

우주를 엿보다

2021.7.29.~9.30.

한양대학교박물관에서는 2021년 ‘우주+人, 과학으로 풀고 예술로 빚다’ 특별전을 마련하였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우주의 기원을 찾는 과학자들의 이야기와 함께 예술을 통하여 우주를 바라보고자 하는 한국의 예술가들을 소개합니다.

김성희 작가는 과학을 주제로 영국과 한국에서 오랜 기간 작업을 해온 예술가로 최근에는 탄소섬유를 소재로 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탄소 Carbon, 炭素는 우주에서 수소, 헬륨, 산소 다음인 네 번째로 많은 질량을 차지하고 있으며 모든 생명체를 이루는 기본 구성 요소입니다. 특히 빅뱅 이후 우주에서 물질의 기원을 찾아가는 과정에서도 탄소는 중요한 기초 원소라고 합니다. 이러한 탄소로 제작된 섬유는 매우 가벼우면서도 단단하고 강도가 뛰어나 항공우주산업, 자동차, 토목건축, 전자전기, 환경산업 등 각 분야에서 고성능 산업용 소재로 널리 사용됩니다.

김성희 작가는 인류가 최첨단의 과학기술로 만들어낸 탄소섬유를 주재료로 우주를 엿보는 인간의 근본적인 욕망을 작품으로 빚어냅니다. 탄소섬유의 근본적인 속성 위에서 바다 속 천연 재료인 자개, 구슬, 꽃 등이 어우러져 만들어진 작품들은 인간이 엿보고자 하는 우주의 비밀을 담은 듯 합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관람객과 함께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참여형 작품도 선보입니다. 2년 넘게 지속되는 펜데믹 시기에 이번 전시가 나만의 우주를 엿보는 특별한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우주의 관측자에서 우주의 한 생명으로

광활한 우주에서 물질의 근원을 탐색하여 인류가 발견한 최대의 업적은 모든 물질이 원자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과학을 통해서 딱딱한 물질로 구성된 원자들은 속이 텅 비어있고, 은하들로 가득 차 있는 광활한 우주도 대부분 텅 비어 있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무 “라고 표현할 수 있는 텅 빈 원자안의 공간이 에너지로 가득 차 있어 우리 몸을 만들어 주고, 우주에서도 텅 빈 공간들이 에너지로 가득 차 있어서 우주를 팽창시키고 있다. 현대과학이 풀어야할 최대의 난제는 “미시세계와 거시세계에서 텅빈 공간들이 어떠한 에너지로 채워져 있는 가?”라고 할 수있다.

5년 전에 열린 세계 고에너지 물리학회에서 김성희 작가의 우주라는 작품을 볼 기회가 있었다. 물질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이라고 할 수 있는 “string”을 표현하는 탄소 섬유와, 텅 빈 공간의 에너지를 한국적으로 잘 표현해주는 “자개”를 사용하여 현대과학의 최전선에서 풀고자 하는 팽창하고 있는 우주와 텅 빈 공간의 에너지를 잘 표현해주는 작품들이었다. 5년이 지나 김성희 작가 작품들이 한양대 박물관에서 “우주+인, 과학으로 풀고 예술로 빚다”라는 주제로 열리는 전시에 선보이게 되었다. 탄소 섬유와 자개로 표현된 우주 속에서 우리 인간이 더 이상 작품(우주)의 관측자가 아니고, 그 우주의 한 생명으로 태어나, 우주(작품)와 함께 하고 있는 놀라운 반전을 보게 된다. 미시세계에서부터 광활한 우주에 펼쳐진 공간의 실체를 풀기 위해서는 인간이 동떨어진 관측자가 아니라, 같이 참여해야 한다는 현대과학의 진실을 예술로 잘 빚고 있어 보인다.

탄소 섬유와 자개를 사용하여 표현한 우주, 그리고 그 우주에 인간이 한 생명으로 탄생하여 참여하는 작품들……. 우주의 참 모습을 예술로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맞보기를 기대해본다.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과 교수
한국CMS 대표 양운기

작가의 말

“과학과 예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전시를 계획한다는 소식과 그런 전시에 초대받았다는 것이 특별히 기뻤던 이유는 역사를 이야기하는 공간인 박물관이었기 때문이었다.

역사 속에서 “인간과 우주”는 “과학과 예술”이라는 분야와 어떤 관계가 있을까? 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전시의 주제를 생각하기 시작하였으나 좀처럼 키워드를 잡을 수 없었다. 언제인지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과학자인 남편과 술 한 잔을 하면서 인간과 우주를 이야기하던 차에 문득 ‘인간이 우주를 엿보고 있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이번 전시의 주제와 작품의 큰 틀을 구상할 수 있었다.

“빈틈을 엿보다 · 상황을 엿보다 · 시기를 엿보다.”등 엿보다가 쓰이는 곳은 우리말에 정말로 많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엿보다’의 뜻으로는 아래와 같은 다양한 뜻을 가지고 있다.

1. 남이 보이지 아니하는 곳에 숨거나 남이 알아차리지 못하게 하여 대상을 살펴보다.
2. 잘 보이지 아니하는 대상을 좁은 틈 따위로 바라보다.
3. 잘 드러나지 아니하는 마음이나 생각을 알아내려고 살피다.
4. 어떤 사실을 바탕으로 실상을 미루어 알다.
5. 무엇을 이루고자 온 마음을 쏟아서 눈여겨보다.
6. 음흉한 목적을 가지고 남의 것을 빼앗으려고 벼르다.

인간은 어머니의 자궁 속에서 자궁 밖의 세상을 엿보다가 태어난다. 인간으로 태어난 과학자들도 미루어 추론하는 가설과 발견 등을 근거로 “우주를 엿본다” 라는 생각에 다다르게 되었다. 이러한 생각이 새로운 질문을 만들어 내었으며 “내 안에 우주가 있지 않을까?” 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눈을 감고 내 안의 우주를 엿보기 시작했다. 눈을 감고 가만히 있다 보면 처음에는 나의 많은 잡생각들과 마주하게 되고 나의 카르마가 나를 사로잡지만 그것들을 가만히 지켜볼 때 나의 우주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나의 우주에는 꽃이 피고 사랑도 하고 꽃이 지기도 했으며 그 모든 것들이 함께 어우러져 너무나 자연스럽고 아름다웠다.

내면의 우주를 작품들로 표현할 수 있는 기회와 전시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주어져 참으로 기쁘고 감사하다. 전시장을 찾는 모든 분들에게 바라기는 가만히 눈을 감고 자신의 우주와 마주해 보시기를 소망해 본다.

작가 김성희 올림

김성희 작가는 중앙대학교 조소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Kent Institute Art & Design에서 그래픽파인아트(Graphic Fine Art) 석사학위(MA)를 취득하였으며, 영국 Nottingham Trent University 에서 과학과 예술분야로 박사학위(PhD)를 취득하였다.

2004년부터 2013년까지 영국과 이태리, 독일 등에서 다수 전시회에 참여하였으며, 과학과 예술분야를 연구하는 연구자로서 창의성 교육에 많은 활동을 하였다.

2015년부터 미래 신소재인 탄소섬유를 예술작품의 소재로 사용하기 시작하여 한국에서 최초로 “카본아트”의 장을 열었으며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매년 국제탄소페스티벌에 초대되어 탄소섬유를 접목한 다양한 예술 작품을 선보였다.

2016년에는 “한국전통문화전당”에서 탄소섬유와 한국 전통 재료인 자개를 접목한 작품을 소개하는 기획초대전을 갖은 바 있으며 2017년에는 7주간 영국 AMRC with Boeing 에서 주최하는 아티스트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초청되어 연구소에서 직접 탄소섬유 작품을 제작하고 기획전시에 참여하였다. 같은해 8월에는 미국 시카고에서 개최한 “세계고에너지물리학회”에서 ‘우주’를 주제로 한 작품을 선보였다.

현재까지 매년 다수의 초대전에 참여하며 탄소섬유를 소재로 창작하는 한국 최초 “카본 아티스트 Carbon Artist”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중원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